GRE 책을 쓰고 GRE를 가르친, 긴 것 같지 않은 15년 동안 한국의 GRE에는 몇 번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1930년대 후반부터,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특히 195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오던 PBT 형식의 GRE가 1998년에는 CBT 방식으로 전환하였다가 2002년에는 중국, 대만, 한국 학생들의 cheating을 이유로 writing과 verbal 및 quant를 분리한 split test 형식의 PBT로 복귀하였고 2007년에는 완전히 변경된 새로운 GRE를 계획하였던 ETS가 준비 부족 때문에 시행을 무기한 연기하여 사실상 취소하는 일까지 있었다.
GRE 성적은 유학 사정에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financial aid 수혜 여부를 결정할 때 높은 GRE 점수는 큰 역할을 한다. 현행 CBT 시험 방식은 euphemistic한 표현으로 말해서 "postscript"이라 부르는 cheating 행위에 취약하다. 이 "postscript"이라는 표현, 즉 우리 말로 "후기"라는 표현을 최초로 우리 학원(esoterica 어학원)에서 사용하게 된 것은 2002년 10월 CBT가 처음 시행되었을 당시이다.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던 전통적인 시험 방식 대신 컴퓨터에서 문제를 읽고 답을 표시하는 전혀 낯선 시험 방식에 당황한 수험생들에게, 앞서 CBT GRE를 경험한 수험생들이 시험장의 분위기도 알리고 시험 방식도 설명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하였다. 이제는 무료로 배포되는 powerprep 프로그램이 당시에는 50$에 구매를 하여야 했을 시절이니 이 익숙하지 않은 CBT 시험 방식은 응시자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고 이 "후기"의 정보는 alibi가 보장된 venue가 되는 셈이다.
이제는 부정 행위로 전락한 이 "후기"와 관련하여 도덕성은 아예 논의하지 않고라도 시험 준비 과정에서 학생들이 얻게 될 실력의 향상을 방해한다는 점에서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 GRE 시험은 미국 대학원에서 수학할 학구적 능력의 측정과 평가의 기능도 있지만 GRE 공부의 과정에서 미국 유학 중에 필수적인 영어 능력은 물론이고 그 밖의 과학적 사고와 논리적 추론의 능력을 향상 시키는데 탁월함이 검증된 시험이기도 하다. GRE에 관련된 각종 연구의 결과에 의하면 GRE 성적은 대학원에서의 학업 성취도와 매우 높은 상관도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요행에 의해서 높은 점수를 우연하게 얻을 수 있지만 이를 뒤집어 말하면 불행한 우연에 의해 자신의 실력보다 낮은 점수를 얻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나는 이 cheating의 행위에 대해 큰 반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하는 대학원으로부터 admission을 받아야 하고 재정 지원도 기대하여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있는 유학생들에게는 이 cheating의 유혹이 저항하기에 쉽지 않으리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 또 이 cheating의 원인이 학생들의 절박한 처지에도 있겠지만 CBT가 가지고 있는 취약성에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heating에만 의존하여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는 2002년 10월 CBT가 처음 시행된 이후 단 한번의 사례도 없었다. GRE가 "운전 면허 필기 시험"이 아닌 바에야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은 GRE 수험생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cheating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수험생의 탄탄한 실력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GRE를 공부를 많이 하여야 cheating을 잘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 사이 esoterica GRE는 1997년 초판이 나온 이후 현재까지 3판 11쇄가 나왔고 완전히 새로운 esoterica GRE라 할 개정 4판은 2009년 4월말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최영범 GRE 강의는 새로운 개정 4판 esoterica GRE를 주 교재로 사용하게 된다. GRE는 대학과 대학원까지 십 수년간 영어 공부를 해온 학생들에게도,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 학생들에게도 매우 큰 충격과 좌절감을 주는 시험이다. esoterica GRE의 초판 이후 개정 3판까지 이 책의 장점으로 꼽혔던 GRE의 백과 사전과 같은 충실하고 상세한 해설에 덧붙여서 esoterica GRE 개정 4판은 이 어려운 GRE가 영어를 외국어로 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accessible) 명확하게 이해되도록(intelligible) 각별하게 노력하였다. 또 esoterica GRE 개정 4판은 GRE가 얼마나 challenging(difficult in an enjoyable and inspiring way)한 시험인가를 독자에게 알리는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esoterica GRE 개정 4판과 최영범 GRE 강의가 유학을 계획하며 GRE를 공부하는 경향 각지의 수많은 인재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나는 ETS가 2007년 시행을 예고하였던 새로운 형식의 GRE(revised GRE)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 시험의 시행 취소에 아쉬움이 컸다.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교육적 잠재력이 크고(informative) 시험 과정이 공정하며 그 결과가 예측 가능하고 학생들에게도 encouraging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ETS가 이 새로운 형식의 시험을 앞당겨 시행하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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