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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Homepage    http://www.esoterica.co.kr
제 목    컬럼비아에서 오스틴까지
우리 학원 출신의 여학생이
사우스 케롤라이너의 U of Columbia에서 석사를 마치고
U of Texas Austin에서 박사를 하기 위해 오스틴까지 혼자
자동차로 이사를 가는 여정을 경험대로 적어 보내온 글입니다.
유학을 가면 바로 여러분의 이야기가 될 수 있어 소개합니다.



<떠남을 생각하며>
일자리에 앉아 내다보이는 하늘과 나무와 구름들이 너무나 익숙합니다. 저 하늘이 맑게 개이기도 하고, 비가 내리기도 하고, 잔뜩 찌뿌리기도 하면서 하루하루가 흘러가곤 했었는데... 콜롬비아에서의 2년이 꿈만 같이 흘러가고 다시 떠나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오래도록 알고 지내온 사람들, 편안한 일상... 그 익숙함에서 뛰어나오는 용기의 보상으로, 이 낯선 땅에서 참으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만남의 시간이나 깊이와 관계없이 그 모든 분들이 모두 제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익숙함 속에 파묻혀 있었으면 지구 저편에 어떻게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를 그 사람들, 그 사건들을 모두 만나고 경험하게 되어서 참으로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청명한 하늘과 새하얀 구름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분들이 한꺼번에 모두 떠오르는 느낌입니다. 어색하기 그지없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전해봐도, 감사를 다 전할 수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타인'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타인은 영원한 타인이지만, '관계 맺음' 속에서 내 속에 영원히 자리매김을 합니다.
서울을 떠나오던 때, 도시의 소란함으로 가득 찬 강변역에 서서 꿈꾸듯 떠남을 느끼던 내가, 어느덧 적막하기까지 한 콜롬비아의 하늘을 바라보며 또다시 떠남을 꿈꿉니다. 이런 떠남은, 마치 고무튜브 하나에 의지하고 망망대해의 항해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모터도 없고, 치장할 것도 없는 그저 미미한 움직임입니다. 때로는 애써 발길질을 해보지만,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물살에 몸을 맡기는 것이 상책인 것만 같습니다. 바람과 물의 촉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떠다니는 이 여행은 때로 시간도 공간도 없는 영원처럼 느껴집니다. 때로는 이 아득한 느낌이 두려워도 지지만, 그 두려움의 소용돌이 속에 평안함이 문득문득 찾아 듭니다.
살아가기 위해서 주렁주렁 달린 살림살이들이 떠남을 다소 무겁게 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를 무겁게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욕심이겠죠. 순간순간 그 모든 것들이 짐스럽고 욕망의 부산물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하지만, 또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인가 봅니다. 삶이 진짜루 소유없이 무한히 가벼울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또 다시 어딘가에 잠시 정박을 할지 모르겠지만, '정착'이라는 것을 무지개처럼 우리가 꾸고 있는 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해보면 이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에 덕지덕지 붙은 '무료함'조차도 말입니다.
잠시 멈춰진 시간을 상상해봅니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그 자리에 정지해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들의 기쁨과 슬픔, 번뇌와 욕망조차도... 지금은 감사의 시간입니다. 지금 나와 함께 현재를 나누고 사람들과, 별다른 연락이 없이도 마음 속에 남아있는 많은 사람들, 오래 전 시간을 나누고 지금은 연락이 끊어진 사람들까지... 모두모두에게 참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어집니다. 왜냐면, 그분들 모두 때문에 제가 지금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출발>
2년전 서울을 떠나며 눈도 꿈쩍 않던 내가 지금 콜롬비아를 줄줄 울면서 떠났습니다. 교수님께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가 없어서, 떠나는 날 아침에 교수님 연구실로 인사를 갔었는데, 장로님인 교수님께서 떠나는 저를 위해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무언가 지금까지 애써 막고 있던 물고가 터진 것처럼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이 터진 눈물이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넘어 조지아주를 지나면서까지 오락가락 했습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콜롬비아에 정이 흠뻑 들었던 모양입니다. 가족을 떠날 때는 언제라도 다시 만날 기약이 있기에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영영 이별이 될지 모르는 이별이기에 연인과의 이별이 그토록 사무치도록 아프듯 말입니다. 콜롬비아에 계신 모든 분들이 한꺼번에 떠오릅니다. 한사람 한사람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해봅니다. 못내 다 표현하지 못한 감사의 마음을 서툰 기도로 대신합니다.

길은 끝도 없이 뻗어 있습니다. 새로운 주가 나타날 때마다 혼자서 알라바마다!, 루이지애나다! 소리질러가며, 지금은 흘러간 옛노래 모음집을 들으며 달리는 노래방이나 된듯이 목청껏 노래도 부르면서 기나긴 대륙의 절반을 횡단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정에서는 rest area는 전혀 들르지 않고 exit로 나가서 휴식을 했습니다. 잠깐이라도 다른 주들의 단면을 보고 싶었습니다.

아틀란타를 지나다보니, 남들은 일부러 순대국이다 갈비다 먹으러 주말을 타서 가곤 하는 한국거리를 아직 가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갈길은 바쁘지만, 내가 또 언제 여기를 오겠냐 싶어,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리던 기수를 틀어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아틀란타 한국 슈퍼마켓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컸습니다. 한국 식품 뿐 아니라, 웬만한 아시아 식품을 망라해 놓아서, 마음이 바쁜 나를 재촉하게 했습니다. 비상용으로 컵라면 두 개랑, 여기까지 올라온 본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제법 포대가 큰 잡곡쌀을 샀습니다. 길에서 만난 아줌마에게 추천을 받은 88순두부라는 집에 갔는데, 칼칼한 게 먹고 싶어 시킨 김치 순두부가 그야말로 실망을 금치 못하게 했습니다. 그래도, 뭐 아틀란타에서 밥 한번 먹었다는게 기념이지... 하며 다시 길을 나섭니다. 조지아를 넘어서 알라바마주에 들어서서 좀 가자니, 저멀리 제법 높은 산세가 보입니다. 반가워서 "산이다!!" 소리질러 보지만, 뒷자석에 자리잡고 앉은 짐들만 덜거덕 거릴 뿐 ... 역시, 뭔가 신나는 일에는 얼굴 마주보며 맞장구쳐줄 사람이 꼭 필요한 법입니다. 내가 코믹한 영화를 혼자 보러가지 않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습니다.

I-20를 잠시 벗어나 I495로 접어들었습니다. 야후에서 가르쳐준 디렉션에 따르면 아무래도 이길이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쉴 때가 되었다 싶어 우연하게 빠져나간 exit에서, 미국에서 보긴 좀처럼 힘든 이쁜 유럽풍 건물이 언덕 위에 보입니다. 그래, 저기다! 샌프란시스코처럼 아기자기하게 이쁘게 꾸며진 그 곳은, 척보기에도 부유층들만 들를 것 같은 고급 부띠끄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잠깐을 쉬어도 이런 곳에서 쉬어야 맛이나지! 비록 나의 몰골이 다소 장소와 안 어울리는 듯 하지만... 한쪽 편에는 재즈가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베이커리가 있습니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자리에 앉으니, 잠깐 지나가는 나그네가 아니라, 오랜동안 익숙한 곳에 와있는 느낌이 듭니다. 베이글 두 개와 크림치즈를 사들고 또 다시 길을 나섭니다. 여기 블루베리 베이글 진짜진짜 맛있습니다.

길은 흐르고 흘러 드디어 미시시피주로 접어들었습니다. 미시시피에서 하루를 유숙해야 하기 때문에, 주 경계에 바로 위치한 웰컴센터에 들렀습니다. 이런 곳에서 호텔의 쿠폰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 친절한 직원이, 음료수까지 권하며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이곳 지리에 익숙한 친구가 잭슨은 비싸니까 가지 말라고 했고, 혹시나 카지노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 호텔 값이 쌀까 싶어 물었더니, 미시시피의 반대쪽 경계에 있는 그 곳이 멀기도 하고, 가격도 싸지 않답니다. 그래, 메리디안에서 머물자. 서쪽으로 가는 길은 오후가 되면서 지는 해를 안고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내일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Ramada, Limited는 달랑 혼자 떨어져 있는 허름한(?) Inn이어서 Day's Inn을 찾아갔습니다. 허름하기는 역시나, 오피스도 어딘지 서부영화가 연상되고, 해서 혹시나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조금 질이 괜찮은 Holiday Inn에 들어가 가격을 물으니 90달러부터 시작하고, 내 예산이 모자르다는 말에 눈도 꿈쩍 안하는 바람에 그냥 다시 Day's Inn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홀리데이인 앞에는 도시풍으로 차린 남녀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데이스인은 시골스러운 오피스에서 백발의 할머니가 나를 반깁니다. 팔뚝에 온통 문신을 한 아저씨가 들어와서 얼쩡거리는 바람에 마음이 다소 흔들렸지만, 에라! 여기까지 왔는데 뭐. 쿠폰을 낸 가격이 36불이여서 원래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39불이랍니다. 허탈해서 원... 그정도인줄 알았으면 다른 곳도 좀 돌아보는 건데 ... 할머니가 집에서 따온 것이라며 무화과를 권합니다. 우리의 시골 인심같아 참 좋습니다. 수영장에 가족들이 나와 놀고 있는 것을 보니, 불안하던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싼 호텔이라 그런지, 커피메이커도 없어서, 오피스에 가서 전자렌지에 물을 끓여 컵라면을 만들어서 방으로 돌아가는데, 가족들은 어디 가고 건장한 남자가 나에게 뭐라 뭐라 소리칩니다. 자슥~ 눈은 있어 가지구... 은근히 겁이 나서 걸음을 재촉해서 방에 들어와 컵라면과 오믈렛 남은 것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피로가 무섭게 몰려옵니다. 무진장 피곤한데, 잠은 쉽게 들지 않습니다. 어젯밤에도 잠을 설쳤는데... 자야한다는 강한 의지(평소에는 전혀 의지가 필요 없는데...)로 얼마나 잤을까? 바깥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깨곤 하면서 억지로 침대에 붙어있는 것도 5시 30분이 되어 포기하고, 대충 세수만 하고, 여관방을 나섭니다. 값싼 도나스와 토스트가 이른 새벽 텁텁한 입에는 전혀 땡기지가 않아서, 오렌지쥬스와 커피 한잔을 사서 가져온 베이글을 입으로 떼어 먹으며 함께 마시고 서둘러 길을 나섰습니다. 등 뒤로 햇살이 느껴지고, 아침 안개가 옅게 깔린 미시시피의 고속도로는 고즈넉한 숲속길을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미시시피는 다른 주처럼 exit이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기름이 달랑달랑한 지경까지 가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경험했습니다. 개스엑시트는 없지만, 급한 김에 들어간 몇몇 마을은 수 마일을 가도 주유소가 나올 것 같지 않은 시골길이었습니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주유소를 만나서 나의 건실한 애마(2001년산 혼다 시빅)에게 꼴을 먹이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미시시피주의 서쪽  경계선에 있는 카지노 도시 Vicksburg에 들어가서, 웰컴센터를 찿았습니다. 미시시피주에 들어 서던 동쪽 경계에 있는 웰컴센터에서 커피를 권하던 것이 생각나서... 이런 곳의 커피는 그래도 fresh해서 좋습니다. 주유소나 패스트푸드점 같은 곳에서 파는 커피들은 대부분 맛도 없고, 뽑은 지 오래된 것이 많아 좀처럼 마실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커피와 베이글을 들고, 미시시피강을 마주하고 앉아 제법 멋스러운 아침을 맞아봅니다.

미시시피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루이지애나주가 됩니다. 이 주는 별다른 특징이 없습니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꽤 큰 도시에 내려, 슈퍼마켓에 들렸습니다. 과일이 너무나 먹고 싶어서. 깎아 놓은 과일과 체리, 바나나 등을 사고, 버거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멀리멀리 달려왔건만, 세련미 없이 투박한 남부억양은 여전히 따라 다닙니다. 뜨거운 고속도로를 거의 80마일로 달리다 보니, 그다지 힘이 없는 자동차가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다른 것보다도, 뜨거운 엔진과 에어콘을 작동하느라, 혹시 라디에터 쿨런트 (들은 건 있어서)가 다 없어졌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고속도로 가까이 있는 아이스크림 집에 서서, 자동차매뉴얼을 꺼내서 자동차 후드 여는 법을 연구했습니다. 2년이 되도록 핸들잡고 운전만 했지, 앞뚜껑 한번 내 손으로 열어본 적이 없는지라... 손에 기름 때 묻혀가며, 어찌어찌 뚜껑은 열었는데... 도대체 뭐가 쿨런트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보이는 액체들은 대충 안전선은 넘어 있는 것 같아 보여서... 그냥 뚜껑을 닫았습니다. 어쨌거나, 수확은 있습니다. 앞뚜껑 여는 것은 터득했으니... 에구 장해라...

오후 1시경, 드디어 텍사스에 접어들었습니다. 텍사스는 어찌나 큰지, 다른 주들은 폭이 200마일정도 안팎인데, 텍사스는 거의 700마일에 육박합니다. 접경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서 텍사스에 관련된 정보와 지도들을 챙겨 들고 나왔습니다. 지금껏 지나온  미국의 고속도로는 단조롭기 그지없습니다. 파란 건 하늘이요, 하얀 건 구름, 푸른 것은 도로변에 선 나무들이고, 앞으로 난 것은 끝도 없는 고속도로. 하지만, 텍사스는 조금 달랐습니다. 주위에 나무들이 없어지고, 드넓은 평원이 펼쳐집니다.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농장과,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밭들, 동그렇게 말려있는 건초들... 어딘가의 지명이던 그야말로 넓디넓은 프레리... 열심히 80마일로 달리고 있는데, 차 한대가 또 뒤를 바짝 좇아옵니다. 얘를 보내야 하는데, 앞뒤로 차가 있어 만만치 않습니다. 갑자기 그 차가 속력을 줄여 차선을 바꿉니다. "왜, 포기했어? 그럼 내가 빨리 가야지" 하는 순간, 내 뒤에 바로 경찰차가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합니다. 내가 너무 빨리달렸나? 경찰차가 해드라이트를 깜빡거립니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나보구 비키라는 것 같습니다. 경찰차가 나를 지나치고 나서도 한참이 되도록 가슴이 떨리고 손발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한참 지속되었습니다.
달리다보니, 자동차 사고가 크게 나있었습니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모여있고, 많은 차들이 얽혀있고, 반대쪽 차선은 끝도 없이 밀려있습니다. 달리다 보니, 헬리콥터 두 대가 날아갑니다. 큰 사고였나 봅니다. 조금 가자니, 또 경찰차가 보입니다. 또 사곤가? 싶었는데, 경찰관이 누군가를 체포하는 장면이 목격됩니다. 음??? 슬슬 텍사스에 대한 인상이 험해지기 시작합니다. 달라스에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내 차를 추월하는 차가 거의 없어서 오히려 걱정되었습니다. 이주에서는 너무 날씨가 뜨거워서 혹시 너무 빨리 달리면 안되는 거 아니야? 의기양양하게 달리던 제가 달라스가 가까워지자, 차량이 많아지고 잔뜩 긴장해서, 앞에서 기어가듯 달리는 차를 추월도 못하고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많은 차들이 씽씽거리며 제 차를 추월해 지나갑니다. 나의 안전 전략은, 주위에 차를 두지 말자였기 때문에, 느린 차들은 빨리 추월하고, 바짝 따라오는 빠른 차들은 먼저 가도록 양보해주곤 했었는데, 대도시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어찌어찌, 랭카스타라는 곳에서 길을 빠져나왔습니다. 좀 쉬어가야겠다고... 차에서 내리니 차 밖의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습니다. 주유소 한편에 붙어 있는 편의점에는 점원들이 방탄유리 건너편에 앉아, 손님이 구매한 상품의 바코드를 유리에 바짝 대도록 해서 유리를 통해 바코드를 찍고, 유리창 밑으로 돈을 주고 받고 있었습니다. 두려움은 극치에 달합니다. 아! 이게 미국의 도시구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눈앞이 캄캄합니다. 달라스에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셔서, 빨리 오스틴으로 달리자 마음먹었습니다. 드디어 I-20를 벗어나 I-35을 타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끝이 보일 것만 같은 지평선. 드넓은 평원을 채 즐길 수 없이, 나는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잠깐 들린 편의점에서 본 나의 얼굴이란... 벌겋게 상기된 얼굴, 충혈된 눈. 핏발이 선 눈을 들여다 보며, "다 왔어! 조금만 힘을 내자!" 위로해봅니다. 나머지는 정신력입니다. 조금 무리다 싶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다만, 나의 의식과 감지력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혹시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지 예의 주시하며, 기도하면서 달렸습니다. 250번 출구까지 30마일은 거의 정신력 하나로 달렸습니다. 250번 출구를 봤을 때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면 이런 기분이 들까 싶었습니다. 오후 6시 30분. 드디어 오스틴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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